병원에 가면 지는 거야

병원에 가면 지는 거야

며칠 전에 동료 팀장들과 점심을 먹다가 부모님 건강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누구 아버지 더 고집이 쎄고, 가족 속을 썩이는지 경쟁하듯 성토하는 시간이 되었다. 80대 아버지들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아프시니 병원을 가자고 해도 절대 안가겠다고 버티는 것이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아버지는 병원에 가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왜 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절대 병원에 안 가신다. 어깨를 다쳐서 밤마다 끙끙 앓으면서도 진통제로 1년을 버티는 분이다. 초기에 엑스레이 찍고 조금만 치료받았으면 편안할 것을 왜 그렇게 스스로 고통 받으며, 옆에 계신 어머니까지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몇 마디 글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한숨이라고 해두자)
사실 아버지 이야기를 제대로 하자면 책 한권 써야 한다.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병원에 가는 것은 고통에 굴복하는 것이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거의 없다보니 제대로 알 길은 없다. 이런 식으로 추측할 뿐이다.

옛날 분들의 사고방식이다. 그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남자라면 고통을 참고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말이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결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것이 신체적인 것이든 감정적인 것이든 아픈 것이 있다면 표현해야 한다. 신체적인 것이라면 치료하고, 감정적인 것이라면 대화해서 풀어야 한다. 그 것이 현명하다.

아프면 고치고, 감정은 나누는 것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모르신다.
그렇게 배우지도 않았고, 그렇게 살 여력도 없으셨으리라. 40대 중반이 되어가니 점점 더 아버지를 알게 된다. 그 분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시는 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날 동료 팀장들과의 점심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아버지 배틀’의 우승자는 사실 나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던 모팀장님의 아버지셨다. 치료를 받는다고 예약해놨는데 안 받으시겠다고 하셔서 취소, 다시 받겠다고 하셔서 또 예약하고 이런 일을 반복하게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O팀장님 제가 졌습니다.’했었다. 고집불통, 마이웨이 아버지를 둔 아들 간에 서로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시간이었다.

그 팀장님 아버지께서 어제 돌아가셔서 조문을 다녀왔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들어가실 때 잠깐 말씀 나누었는데, 점심시간에 나눈 아버지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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